

한국어에서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나', '저'의 두 가지 표현이 남녀노소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쓰입니다.
(특정 인물에 대하여 사용하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ex. 엄마, 아빠, 형, 오빠, 언니, 누나 등등)
그런데 일본어는 '나'를 지칭하는 표현이 한국에 비해 꽤 많습니다.
(세계의 모든 언어를 알지는 못하지만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표현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아마 일본 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일본어의 1인칭 표현, 그리고 올바른 구분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아마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았어도 많은 한국인 분들이 알고 있는 단어일 것입니다.
'私-와타시'가 대표적인 1인칭 표현인데요,
일본어를 조금 공부했거나 일본 영상매체물 등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내용으로, 남성이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가 몇 개 더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私-와타시'를 포함하여 '俺-오레', '僕-보쿠'라는 표현도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남자라면 '俺-오레', '僕-보쿠'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내용만 학습하여 올바르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이 꽤 많습니다 ㅎㅎ...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모르는 것이죠.
이 글을 읽은 일본어 학습자 분들이 상황별로 올바른 1인칭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각 표현에 어떤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 단어별로 설명 시작하겠습니다.

일본어 1인칭 표현 중 가장 공손한 표현입니다.
'私'라는 한자를 쓰고 '와타시'와 '와타쿠시' 2개의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와타시'에 대해서 설명드리자면,
여성에게 있어서는 '거의 절대적인' 1인칭 표현이며 남성에게 있어서는 가장 공손한 1인칭 표현입니다.
손윗 사람에게 자신을 지칭할 때,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올려야 하는 등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모든 상황에서 사용하는 1인칭 표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와타시'라고 말하는 정도에서 매우 적절하게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이 됩니다.
'와타쿠시'는 정말 극도로 자신을 낮춘 표현 '와타시'의 힘줌말이라고 생각하시면됩니다.
(굳이 한국어로 치환하자면 옛날 말인 '소인' 정도...?)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신을 지칭할 때 '와타쿠시'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고 회사 면접과 같이 극도의 예의를 갖춘 장소 혹은 고객과의 대화에서 사용합니다.

남성이 사용하는 1인칭 표현 중 가장 본인을 높게 지칭하는 '俺-오레'라는 단어입니다.
한국말로 치환하면 가장 편하게 '나'라고 지칭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연령이나 사회적 위치를 따졌을 때 서로 비슷하거나 본인이 높을 때의 대화에서 사용합니다.
즉,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쓰면 약간 건방진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쓰면 안 되는 건 아닌데 대단히 가깝지도 않은 사이에 손윗사람에게 '오레'라고 하는 건 좀 가정교육이 덜 된 느낌)
여성이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굉장히 남성적인 1인칭이라서.... 쓴다고 누가 굳이 뭐라고 하는 건 아닌지만 뒤에서 좀 많이 이상한 여자 취급받을 거예요.

'俺-오레'와 마찬가지로 남성이 사용하는 1인칭 표현인 '僕-보쿠'입니다.
'오레'보다는 조금 더 공손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는 단어입니다.
대화 상대의 연령대나 사회적 위치가 나와 비슷하거나 내가 낮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남성 전용 '와타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꽤 공손하면서도 남성어이기에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은 1인칭 표현입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는 쓰지 않지만 문학이나 노래 가사 등에서 시적 허용으로 여성 화자가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3글자인 '와타시'를 썼을 때 음절이 안 맞는 경우가 때문에)
('보쿠'와 똑같은 2음절인 '오레'를 쓰지 않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오레'는 굉장히 남성적인 1인칭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위 3개의 메이저 1인칭 표현 외에도 다양하게 '나'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는데요,
마이너 급으로 사용하는 단어도 몇 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自分-지분'이라는 단어를 1인칭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원래 '자기, 자신'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그냥 지칭명사로서 '저'의 느낌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남성과 여성 관계없이 사용하는데 '보쿠'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うち-우치'라는 단어를 1인칭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표기 한자에 따라 여러 가지 뜻을 가진 단어인데 현재 설명하려는 쪽에서는 '안쪽内', '사는 집家', '내가 소속된 곳'을 지칭합니다.
즉 '내가 있는 곳'='나'라는 개념으로 1인칭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드문 편입니다.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한 분 계시네요)
위까지는 현대에서 사용하는 1인칭 표현들이었고요, 이 외에 사극이나 시대극, 중세 배경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을 보면 '己-오노레', '我-와레', '妾-와라와' 등 정말 다양한 1인칭 표현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어 1인칭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한눈에 보기 편하게 정리를 해드리면
私(와타시)<상대방
私(와타쿠시)<(넘어선 안 되는 예의의 벽)<상대방
俺(오레)≥상대방
僕 (보쿠)≤상대방
위와 같이 기억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상식으로 '나'의 1인칭을 고정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아닙니다!
쭉 설명한 대로 때와 장소, 상대방에 따라서 그때그때 바꿔가면서 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보쿠'는 아예 안 쓰고요(예전에 시도를 좀 했는데 입에 아예 안 붙더라고요)
여자친구, 그리고 일본에서 맺은 관계 중 저와 동갑이거나 어린 사람에게 '오레'를,
그 외에는 그냥 무조건 '와타시'라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30~40대 남자분들 중에 어린 시절부터 쭉 '오레'만 써오다가 나이먹고 나니 상대방에 상관없이 '오레'라고 입에서 튀어나와 버려서 건방진 인상을 주는 게 신경 쓰인다고 의식적으로 '와타시'로 1인칭을 고쳐 사용하려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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