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답/일상

「콜센터/고객센터 근무 후기」3년간의 콜센터(고객센터) 근무 후기

by 코세이넨 2022. 10. 3.
반응형

저는 3년간 한 대기업의 고객센터에 근무를 했었습니다.

일반 상담은 아니고 처음부터 좀 특수한 상담하는 쪽으로 업무에 투입되었는데 제가 맡았던 업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자 합니다.

위 사유로 사실 진짜 일반 인바운드(고객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을 뜻함) 상담은 썩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특수한 내용의 아웃바운드(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하는 것을 뜻함) 업무를 담당하는
선임 사원(보통 고객센터에서는 부팀장을 담당하게 됩니다)으로서 3년 간 많은 사람들의 입사 및 퇴사, 사건사고, 근무 환경 등을 지켜봐 왔기에

취업을 준비하며 안정적인 아르바이트가 필요해서 고객센터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
생계가 곤란하여 지금 당장이라도 면접 후 일을 시작할 직장이 필요하신 분들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는 덜되었지만 저축이 필요해서 우선 어디에라도 입사를 해보고자 하는 분들


위와 같이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고객센터(콜센터)에 취업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 자그마한 정보라도 공유하고자
제가 입사하였던 계기와 3년간 근무하며 느낀 고객센터 장・단점과 썰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복합적이긴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 및 저축'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고 입사했는데 3년이나 근무하게 될 줄은 몰랐죠...ㅎㅎ

예체능이 전공이었던 저는 졸업 후 몇 년간 해당 분야의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경험의 결과 '나는 절대 이걸해서 살아남을 수 없겠다'라는 절망이 남았죠.

그렇게 전공분야를 포기한 저는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센터 근무 기간 동안 일본어 공부를 병행하며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근무의 주목적은 안정적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위한 충분한 자금 저축이었죠.

하지만 입사하고 반년 정도 지나 COVID-19 사태가 벌어지고 결국 기다리고 기다리던 워킹홀리데이는 비자가 열리지 않아 포기하고 저축만 3년 하고 퇴사했습니다.

제가 3년 간 봐왔던 수많은 직원들의 경우 일하는 목적이 대부분 '생활비'였던 것 같습니다.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콜센터도 많지만 대부분의 고객센터는 09시~18시의 풀타임 정규직/계약직을 모집합니다.
무겁게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아르바이트, 그것도 풀타임이 보장되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고객센터로의 접근이 쉬워질 것 같습니다.

고객센터에 장기간 근무하며 느낀 장점을 4가지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워라밸이 좋다
고객센터의 워라밸은 거의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 하루 8시간의 풀타임 근무형태이고,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할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퇴근 지연이라 해봤자 업무 마감 직전에 받은 고객이 진상이어서 전화 못 끊고 계속 끌려가는 경우입니다만, 이것도 연장 타임 다 체크해서 추가 수당 나오고 길어봤자 30분~1시간입니다.)

또, 대부분 본청(콜센터에 전화 업무를 맡기는 회사) 담당자들이 명절, 국경일 등 공휴일에 휴무이기에 콜센터도 빨간 날은 100% 휴무가 보장됩니다. (실시간 모니터링, 휴일도 고객 상담이 필요한 업종의 콜센터 제외)

2. 임금 체불이 없다(대기업 소싱 기준)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인데 항상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대형 콜센터 업체들은 무려 '대기업'입니다.
또, 이 콜센터 소싱 업체들에게 일감을 주는 본청 회사들도 대기업, 중견기업, 업계에서 자리 잡은 중소기업들이기에
임금 체불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객센터 운영 회사의 현금 보유 현황도 대부분 훌륭하고(완전히 현금 장사하는 업종이라서),
월 별 인건비를 결제하는 본청도 대기업 혹은 콜센터 소싱을 맡길 정도로 안정된 기업이기에
급여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0에 수렴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항상 급여일 새벽~이른 아침, 05시~07시 사이에 급여받았습니다.)

3. 개인주의적 환경이다
굳이 직원 간의 소통 필요 없이 본인 자리에 앉아서 본인한테 들어오는 전화만 받으면 되는 일이기에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옆자리 앉은 분들이나 같이 입사한 동기들하고 친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그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회사 내에서 굳이 소통거리가 있다면 진상 고객 걸렸을 때 팀장한테 안내 내용 컨펌 및 통화 종료 후 받는 피드백 과정 정도겠습니다.

4. 취업이 쉽다(언제든, 무스펙, 집 근처)
별로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만, 한국말 멀쩡하게 하고 지하철 타고 회사에 출퇴근할 수 있는 사람이면 고객센터 면접은 다 합격합니다.
(물론 고객센터 별로 교육 기간에 심각하게 지능이 떨어지거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교육생은 자르기도 합니다.)

또한, 초대졸이나 대졸 같은 학력 혹은 외국어 점수, 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죠.

누구나 집에서 가까운 고객센터 구인 현황만 확인하여 지원하면 입사를 하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최대 장점일 것 같아요.
취업 과정이 무겁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객센터 근무 단점도 4가지 설명을 하겠습니다.

1. 고객 응대의 스트레스
아마 100개의 전화를 처리하는 동안 심각한 진상이나 민원 접수 건은 3~4건도 안될 것입니다.(걱정을 할 수치는 아니죠)

하지만 심각한 진상이 아니라고 해서 모든 고객이 말을 예쁘게 하고 상담 직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온 인생이 보일만큼 저급한 말투로 통화를 하는 고객이 상당히 많고,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담사의 안내를 못 알아듣기도 합니다.
(애초에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 못하니까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성질을 부리는 거거든요.)

이런 고객들을 매일매일 수십 명에서 100명 언저리까지 상대하는 건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2. 최저 시급에 맞춰진 임금
고객센터 급여는 무조건 당해연도 최저시급*209시간입니다.(주 5일, 8시간 근무 기준)

물론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면서 입사한 곳이고 대단한 연봉을 바란 건 아니겠지만,
세후 190만 원 정도의 돈을 받고 일하기에
당장에 갚아야 할 빚이 있거나, 돈 나갈 구석이 많은 환경에 계신 분들에게는 상당히 적은 급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영세한 개인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주휴수당도 제대로 못 받고 임금 떼이는 경우도 많은데 콜센터는 장점에서 설명한 대로 그런 일은 일절 경험하지 않습니다.

노동법을 완벽하게 준수하죠.

3. 비전 0%의 단순 노동
뭐 긴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니는 콜센터 서비스 설명 방법 배워서 고객한테 안내해주는 게 인생에 무슨 비전이 있을까요 ㅎㅎ

물론 콜센터 내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여서 팀장이 되고 오랫동안 근무해서 센터장까지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기 몇 개월, 길어봤자 1~2년 일하고 퇴직금 받고 나가는 직장입니다.

장점에서 설명한 워라밸, 임금 체불 없는 안정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취업을 위한 공부를 계속 진행해야겠습니다.
(경력 단절된 워킹맘들이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최고의 근무처이기도 합니다.)

4. 낮은 동료 수준 -> 취업이 쉬운만큼 이게 사람인가 싶은 동료 직원도 많다(고객보다 더 진상)
하... 이거... 할 말 진짜 많은데...ㅋㅋㅋㅋㅋㅋㅋ
뭐 이 글 읽어주시는 분들도 살면서 경험했을 주변 진상 인간들은 있을 거니까 생략하겠습니다.

이거는 정말 있는 사실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콜센터 10명이 입사하면 6~7명은 3개월 내로 그만둡니다.
이렇게 금방 그만두는 그룹에서 태도, 인성에 문제 있는 사람이 대부분 걸러져 나가긴 합니다만
남은 3~4명 중에서도 1명은 도저히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은 수준의 인간이고 1명은 이게 뭐하는 새낀가 싶은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각, 결근은 기본 고객, 동료와 싸움 빈번한 민폐 인물들)

결국 10명 입사하면 관리자, 회사 입장에서 계속 근무를 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1~2명이라는 거죠 ㅎㅎ
그래서 장점에 적은 '개인주의적인 근무환경'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노답 직원하고 엮어서 그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면 회사에 있는 게 굉장히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저는 서두에 언급한 대로 특수한 내용에 대한 아웃바운드를 담당하였기에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3년 동안 잘 근무한 것 같습니다.
장점에서 언급한 워라밸, 제 때 딱딱 들어오는 급여, 주변 사람과 관계없이 편하게 일하는 개인적 환경, 선임사원으로서 추가 수당 등 누릴 건 다 누린 것 같아요.

그리고 근무 당시 목표로 했던 일본 워킹홀리데이에 가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자기계발 멈추지 않고 노력해서 현재는 훨씬 좋은 근무 환경에서 만족할만한 급여받으면서 근무하고 있고요.

고객센터에 입사하려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입사하게되는 모든 분들이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위해 시간만 보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퇴사할 때 무언가를 손에 쥐고 나오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근무하면 제법 괜찮은 직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응형